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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왜 귀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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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망울, 도도한 발걸음, 삐죽삐죽 자라난 수염, 촉촉한 분홍색 발바닥. 고양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모습들이다. 최근 들어 고양이의 사진과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사람들은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들의 귀여움을 찬양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에 있다. 베이비 스키마는 동물 행동학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가 만든 개념으로, 아기의 외모나 신체적인 특징을 의미한다. ▲큰 이마와 눈 ▲몸에 비해 큰 얼굴 ▲통통한 볼살과 짧은 팔다리 ▲작은 코와 입 ▲부드러운 촉감 등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런 요소들은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보호하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둥글둥글한 얼굴형, 큰 눈, 작은 코와 입을 가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미키 마우스나 푸우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모두 베이비 스키마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덕분에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아기뿐만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 그리고 캐릭터들도 다리가 짧고 얼굴이 동그랗게 디자인되면 더욱 귀여워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설명된다. 보호가 필요한 어린 동물이나 아기는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귀여움을 느끼게 하여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결국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 스테파니 프레스턴(Stephanie D. Preston) 교수 역시 베이비 스키마가 성숙해질 때까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다수의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고양이는 이런 베이비 스키마의 요소를 다수 갖고 있다. 큰 눈, 작은 코와 입, 둥글고 부드러운 얼굴형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강아지와 비교해도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눈이 크고, 얼굴에 비해 코와 입이 작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사람들은 강아지보다도 고양이를 더욱 귀엽다고 느끼기도 한다.

멜라니 글로커(Melanie L. Glocker)의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아기 같은 특징이 귀엽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고 한다. 성묘가 되어도 고양이들은 여전히 크고 반짝이는 눈과 작은 코, 동글동글한 얼굴을 유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귀엽다고 느끼게 된다.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 성장 과정’ 사진을 보면,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 성묘가 될 때까지 얼굴형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강아지는 성견이 되면서 얼굴 윤곽이 뚜렷해지고 주둥이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귀여움이 덜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귀여운 것을 보면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로, 고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귀여운 고양이를 보면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이는 ‘귀여움 공격성(Cuteness Aggression)’이라는 현상으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흥분이 극도로 올라가 일시적으로 공격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한 연구 사례를 살펴보자.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를 봤을 때 일부 사람들이 살짝 주먹을 쥐거나 이를 악무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는 실제로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감정의 균형을 맞추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즉, 귀여운 것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고양이는 단순히 외모가 귀여운 것을 넘어, 인간의 본능적인 보호 욕구와 감정적인 반응을 자극하는 특별한 존재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고, 그들의 사랑스러움에 빠져든다. 고양이의 귀여움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존재라는 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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